뭣이 중한디?
두 사진은 20여년전 경찰기동대 수경시절 제대가 얼마 남지않은 시절 찍힌 사진의 일부와, 작년쯤 직장 동료분들과 동호회 모임시 찍힌 사진의 일부이다. 둘 다 몸통 사진인데, 지금은 약간 살이 더 찐 것 같긴 하지만, 사진으론 뱃살없이 날씬하게 보인다.
이 두 사진의 시간 사이에는 기억도 다 하기 힘들 정도로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27살 쯤인가 대학 4학년을 앞둔 2월초 어느날, 우연히 세이클럽 영어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눴었던 어떤 초등학교 영어 강사하던 아가씨가 나는 특이한 사람이고 영어로 대화해서 감동받은 적이 처음이다는 식으로 좋아하였었다. 그리고 난 유명해질거라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우연히 부산 어디쯤 비슷한 동네라 그 한살 동생이었던 아가씨의 차를 얻어타고 약 한달간 드라이빙도 많이 했고 난생처음 행복한 기분마저 들었었다.
그 아가씨에겐 경찰관이셨던 아빠가 미리 점 찍어둔 혼사 자리가 있었는데,그게 싫다고 하였었지만, 내가 한달여 지난 2월말 다시 학교로 올라오자, 곧 고무신 거꾸로 신듯 작별을 고하였었다. 난 심난했었지만, 몇달 지나니 그녀가 마구 내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더니 서울로 날보러 오니마니 난리도 아니었었다.그렇게 잊을만 하면 한번씩 연락되던 수년이 흐른 후 서울대 나온 머시기랑 결혼한다고 완전히 가버렸다.
그 후로 30대엔 우연히 몇명 정도 더 알게되어 이성을 만나본 적은 있었지만, 남의 집 귀한 딸을 내가 고생시키고 싶진 않단 생각에 다 놓아주었었고, 또 지치기도 해서 그냥 비혼주의자 처럼 남기로 했었다. 이성은 친한 지인 정도는 괜찮지만 그 이상의 여부는 시간이 많이 흘러 가야만 감이 올 것이니, 당장은 생각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이다.
뭣이 중한디? 영화 곡성에 나오는 말이다.
몸이 안좋을때는 몸이 중하고, 일할때는 일이 중하고, 쉴때는 쉬는게 중하고,
혼자일때는 남을 배려하는 게 중하고, 혼자가 아닐때도 배려가 중요하다. 그리고 간혹 배려 없음을 당할지라도, 푸쉬킨처럼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스스로 자기정화를 시킬 수 있어야겠다.
#뭣이중한디 #배려 #시간의간극 #군시절이나지금이나 #자기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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