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2일 일요일 새벽에ㅡ Elvis Fool을 들으며
어제 21일은 하지였나보다. 어느 페친이자 동료분은 하지동맥류로 수술도 했었는데 열심히 잘만 사시는듯. 허나, 이 하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 여름임음을 말하는거지 다리가 아니다. 나는 보통 달에 한번 정도 헤어커트를 하는데,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한 주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한 이년 만원씩 주고 깍다가 어느날 만이천원 달라길래 미용실을 바꿔 주향미용실이라는 동네 교회 집사 아주머니가 하는 곳에 다닌다. 여기는 만원만 받고 또 동네 사정을 잘 알 수 있기에 괜찮은 곳이다. 지난주 토요일에 들러서 귀앞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스포츠머리를 하니, 나름 깔끔해 보인다. 20대때는 머릴 길러 스트레이트로 펴서 일본 만화 주인공 같단 소리도 들었었지만, 새치가 많아지길래 무조건 짧게 깍는게 일상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그 옛날 어린 시절의 그 서글픔과 열정이 그립다.
부산외고 시절 주말 시골집을 갖다오는 골목길에서 혼자 목놓아 불러보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Fool 곡. 그 주인공이 바로 나란 바보인가란 상념에 젖었었던 시절.
군대 가기전에는 굿모닝팝스를 통해 나랑 펜팔하며 나를 천재로 보던 그때 그 두살 연상녀를 만나보겠다고 부산에서 전라도 광주까지 찾아갔었지만,편지 속 상상 이미지와 달리 안 이쁜 여자에게 안 이쁜 소리를 듣고 쓸쓸히 귀향하며 전주 신병훈련소로 갈 준비를 했었던 그 시절.
울산 경찰 기동대로 배치받아 한참 있다 내게 다시 연락하며 날 찾았었다던 그 연상녀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수녀원에 들어간다고 했었던 기억까지. 자기를 기억해달라 했었던 그 마지막 편지까지 다 기억이 난다.
나란 사람은 군대 가기전부터 학원 강사를 시작하며 알뜰히 자립해 살아온 케이스이긴 하지만, 늘 등록금을 내야하고 보증금을 마련해야하고 학비 대출금을 갚아야하는 등 경제적 문제에서 그리 편하지 못했던 세월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돈은 돈이고 인생은 인생이듯, 나 스스로의 의미를 찾으려 늘 행동해 왔었고, 그 와중에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기억들이, 추억들이 내게 쌓여서 남아있다. 조용한 새벽 시간 속 흐르는 시간을 느끼며, 또다시 살짝 고독에 빠져도 보지만, 나는 나를 찾는 익명의 학생들을 다시 도우며, 고독을 벗어나 백원이백원 조금씩 쌓여가는 새로운 신선함을 느껴봐야겠다.
#새벽의감성 #서글픔 #열정 #라울선생님의고독 #엘비스프레슬리 #바보 #Fool #수녀원그녀 #돈은돈이고인생은인생 #새로운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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